에이비는 화창한 아침에 깨어났다. 졸린 와중에 1층 현관 앞에 종이 박스가 요란하게 뒹구는 소리가 들려온다. 배송 드론이 고도를 충분히 낮추지도 않고 택배를 떨어뜨린 것이다. 드론과 마주칠 기회가 있다면 한 소릴 해야 하겠다. 그래, 마주칠 기회만 있다면. 에이비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택배 상자를 뜯는다. 그녀는 드디어 원하던 드림머신을 손에 넣었다. 플라스틱 커스텀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 밝은 노란색이다. 눈에 초점이 없는 펭귄 스티커도 몇 개 붙어 있다. 아무렴 어떤가. 드림머신을 생산하던 업체들은 대부분 도산한 지 오래였기에 오래된 중고라도 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. 드림머신은 머리띠 형태를 한 기기로, 머리에 쓰고 버튼을 눌러두고 잠이 들면 뇌파를 유도해 자각몽을 꿀 수 있게 해주었는데..